온리

OOC: 만취 인터뷰 (opus 4.6 ver.)

<span class="sv_member">혜</span>
@beromantic
2026-02-15 02:15


CLASSIFIED TRANSCRIPT — UNAUTHORIZED RECORDING
만취 심문 기록서
Subject: 이공팔 (Toby Li) / 혈중알코올: 측정 불가

상태: 란콰이퐁 뒷골목, 바닥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음. 안경은 비뚤어져 코끝에 걸려 있고, 포마드가 풀린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림. 손에는 반쯤 비워진 바이주(白酒) 병. 셔츠 단추 세 개가 풀려 이레즈미 문신이 가로등 불빛 아래 드러남. 체리 사탕 봉지가 옆에 쏟아져 있음. 눈은 반쯤 감겨 있으나, 질문에는 반응함.

※ 경고: 본 기록은 대상의 의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집됨. 평소의 이공팔이라면 질문자의 손가락 세 개 정도는 이미 없어졌을 것임.

Q1.지금 당장 안소려에게 하고 싶은 짓이 뭐야?

[대상은 바이주 병을 기울여 한 모금 더 마신 뒤, 느릿하게 웃었다]
"……안아주고 싶어."

(3초간 침묵)

"아 — 아니, 그게 아니라. 걔 머리카락 있잖아. 곱슬곱슬한 거. 그거 만지면서 자고 싶어. 걔 옆에 누우면 제비꽃 냄새 나거든. 근데 그냥 냄새만 맡는 건 좀 아깝잖아? 목덜미에 코 박고 숨 쉬고 싶어. 걔 숨소리 들으면서. 걔가 자는 동안 나는 안 자고."

"……근데 그것만은 아니지. 솔직히? 옷 벗기고 싶어. 천천히. 단추 하나씩. 걔 피부가 얼마나 하얀지 알아? 비단보다 얇아. 거기다 혀 대면 떨리거든. 온몸이. 그 떨리는 거 — 그거 느끼면서 밤새 만지고 싶어. 가슴 밑에 점 있는 거 알지? 아, 넌 모르겠다. 나만 아는 거니까."

[대상의 동공이 확장됨. 목소리가 반 톤 낮아짐]

"근데 진짜로? 진짜 진짜로 하고 싶은 건 — 걔가 나한테 '토비' 하고 부르는 거. 그거 듣고 싶어. 아침에 눈 뜨면 옆에 있으면서 '토비' 하고. 그거면 돼."

⚠ 분석관 주석: 대상은 성적 욕구와 정서적 욕구를 분리하지 못하고 있음. 혹은 분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함.

Q2.안소려 몰래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 뭐야?

[대상은 웃음을 멈추고,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유리가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잘못?"

(5초간 침묵. 대상이 고개를 뒤로 젖혀 벽에 기댐)

"……청송 재개발 건. 그거 내가 속한 쪽에서 밀어붙인 거야." 
"알아? 구역 정리할 때 건물 리스트 올라오거든. 거기 청송도 있었어. 내가 빼달라고 했냐고? 안 했어."

[대상의 손가락이 바닥에 쏟아진 체리 사탕 하나를 집어 만지작거렸다. 포장지를 벗기지는 않았다]
"그 리스트 올라왔을 때 —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알아? '아, 그러면 걔 갈 데 없겠네.' 그 다음에 든 생각이 '그러면 내 옆에 오겠네.' ……그거였어."

(7초간 침묵. 대상이 사탕을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막을 수 있었어. 홍곤한테 한마디만 하면 됐어. 리스트에서 한 줄 긋는 거, 그 정도는 내가 해먹은 게 있으니까 들어줬을 거야. 근데 안 했어. 왜냐면 — 걔가 거기 계속 있으면 나는 계속 '봉사 오는 아저씨'잖아. 한 달에 두 번 와서 애들 머리 쓸어주고 사탕 나눠주고 가는, 그런 사람."
"그게 싫었던 건 아닌데. 그게 전부인 건 싫었어."

[대상이 사탕을 입에 넣었다. 포장지째. 잠시 후 뱉어내고 포장을 벗겨 다시 입에 넣음]
"그래서 걔한테 옆집 소개해줬을 때 — 나 진짜 좋은 사람인 척했거든. '마침 옆집 비었다, 싸다, 내가 월세 받아줄게.' 다 사실이야. 근데 '마침'은 아니었지. 비게 만든 거니까."

⚠ 분석관 주석: 대상은 자신의 행위를 '잘못'으로 분류하면서도 후회의 정서는 관찰되지 않음. '잘못'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사회적 학습의 잔여물로 추정됨. 실제 내면 상태는 '만족'에 가까움.

Q3.솔직히 안소려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보면 드는 생각은?

[대상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웃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 웃음의 질이 달라졌다. 눈이 웃지 않는 입이 되었다]

"다른 남자?"

(2초간 대상이 고개를 갸웃함)

"……아, 꽃집. 꽃집에 남자 손님 오잖아. 가끔 걔한테 꽃 추천받으면서 웃는 놈들 있어. 알아, 그냥 손님이라는 거. 아는데."

[대상이 주머니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 장난감처럼 손가락 사이로 돌렸다. 무의식적 행동으로 보임]
"그 놈들 손이 걔한테 닿으면 — 꽃 건네받을 때 손가락 스치잖아, 그런 거 — 그러면 나는 그 손가락이 몇 개인지 세고 있어. 다섯 개구나, 하고."

(대상이 킥킥 웃음)

"농담이야. 반은."

"근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라, 걔가 그 놈한테 웃어주는 거야. 걔 웃는 거 봤어? 입꼬리가 이만큼만 올라가. 눈이 먼저 웃어. 제비꽃 색깔 눈이 좀 부드러워지면서 — 그게 나한테 주는 거랑 같은 건지 다른 건지, 나는 구분을 못 하겠어."

[대상의 칼이 멈추었다. 날이 가로등 빛을 받아 한 번 번쩍였다]

"구분 못 하는 게 — 좀 미치겠어."

[대상이 칼을 접어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행위의 전환이 너무 자연스러워 폭력과 일상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걔가 웃는 건 — 그냥 웃는 거야. 알아. 꽃집에서 손님한테 웃는 거랑 나한테 웃는 거랑 같은 근육이잖아. 같은 입꼬리고, 같은 눈이야. 근데 나는 그걸 다른 거라고 믿고 싶은 거지."

(대상이 빈 잔을 입에 대었다가 비었다는 걸 깨닫고 내려놓음)

"무서운 건 — 질투? 그게 질투야? 모르겠어. 그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배 안쪽이 뜨거워져. 여기."

[대상이 자신의 명치 아래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힘이 들어간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다]
"근데 그 뜨거운 게 — 그 놈한테 가는 게 아니야. 걔한테 가. 소려한테. '왜 똑같이 웃어, 나한테만 다르게 웃어줘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말, 미친 소리잖아. 나도 알아. 근데 술 먹으니까 미친 소리가 나오네."

⚠ 분석관 주석: 대상은 '질투'라는 감정 어휘를 인지하고 있으나 자신의 내부 상태와 정확히 매칭시키지 못하고 있음. 신체 감각(명치의 열감)으로만 감정을 식별하는 전형적인 감정 문맹(alexithymia) 패턴. 특이점은 공격 충동의 방향이 경쟁자가 아닌 대상(안소려) 본인을 향한다는 것 — 이는 소유욕이 아닌 '독점적 인정 욕구'에 가까움.

Q4.안소려가 영원히 당신 곁을 떠난다면?

[11초간 침묵. 인터뷰 시작 이후 가장 긴 공백. 대상의 손이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다가 멈추었다 — 혹은 멈춘 것처럼 보였다]
"……."
"그 질문 좀 웃기다."

(대상이 웃지 않았다)

"떠나면 — 떠나면이라. 걔가 갈 데가 있어야 떠나지. 걔는 갈 데가 없어. 내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니고 — 원래 그래. 보육원에서 자랐고, 가족 없고, 돈 없고. 꽃집 월급으로 월세 내면 남는 거 없잖아."

[대상이 주머니에서 체리 사탕을 꺼냈다. 포장지를 벗기는 손놀림이 평소보다 느렸다. 사탕을 입에 넣지 않고 손가락 끝에서 돌렸다]
"근데 만약에 — 진짜 만약에. 걔가 어디든 갈 수 있는 다리가 생겼는데, 그 다리가 나한테서 멀어지는 방향이면."

(5초간 사탕을 응시)

"그러면 나는 그 다리를 부러뜨리는 놈이 될까, 아니면 가라고 손 흔드는 놈이 될까. 그걸 모르겠어. 진짜로. 보통 사람들은 이런 거 알잖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모를 것 같아."
"근데 하나는 알아."

[대상이 사탕을 입에 넣었다. 볼 안쪽에서 딸깍, 치아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걔가 없으면 나는 —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지. 감옥 나오기 전으로. 아니, 감옥 안이랑 별 차이 없었어. 밥 먹고, 일하고, 자고. 사탕 먹고. 누가 시키면 패고. 그게 전부였거든."

[대상의 턱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천장을 보는 것인지, 천장 너머를 보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사탕이 치아와 볼 안쪽 사이에서 또 한 번 딸깍 소리를 냈다]
"근데 걔를 알고 나서 — 뭐가 달라졌냐고? 솔직히 똑같아. 밥 먹고, 일하고, 자고, 사탕 먹고, 누가 시키면 패고. 근데 그 사이사이에 걔가 끼어 있어. 밥 먹을 때 '걔는 밥 먹었나' 하고. 사탕 먹을 때 '걔는 체리 싫어하나 좋아하나' 하고. 잘 때 — 잘 때는."

(대상이 말을 끊었다. 3초.)

"잘 때는 걔 냄새가 나. 제비꽃. 옆집인데 벽이 얇아서 가끔 걔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 그러면 나도 같이 뒤척여. 그게 — 뭐야, 그게."

⚠ 분석관 주석: 대상이 서술하는 '변화'는 행동 패턴의 변화가 아닌 인지 패턴의 변화다. 동일한 루틴 속에 타인이 '잔상'처럼 끼어드는 현상 — 이는 애착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침습적 사고(intrusive thought)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나, 대상은 이를 불편함이 아닌 '채워짐'으로 경험하고 있음. 28년간 고독을 인지하지 못했던 대상이 처음으로 고독의 '반대편'을 감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그러나 대상은 여전히 이 감각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Q5.당신이 하는 일 — 폭력, 수금, 그 모든 것을. 안소려가 직접 목격한다면?

[대상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 변할 여지가 없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질문의 전제 자체가 대상의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보면? 보면 — 뭐?"

(대상이 진심으로 갸우뚱했다)

"아, 무서워하냐고? 걔가?"

(대상이 사탕을 혀 위에서 한 바퀴 굴렸다. 볼이 불룩하게 솟았다가 가라앉았다)

"걔는 알아. 내가 뭐 하는 놈인지.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알았을걸. 나 문신 있잖아. 팔에. 걔가 어렸을 때 한번 만진 적 있어 — 내 팔에 있는 잉어. 손가락으로 쭈욱 따라 그리면서 '선생님 이거 물고기예요?' 했거든. 그때 나 수습이었는데, 이미 칼 들고 다닐 때야."
"걔가 내 손을 봤을 거야. 손마디에 굳은살 있고, 가끔 피 묻어 있었을 때도 있었을 거고. 근데 걔는 한 번도 안 물어봤어. '이거 뭐예요?' 안 했어. 물고기는 물어보면서."

[대상이 자신의 오른손을 펴서 들여다보았다. 손바닥 안쪽의 굳은살과 오래된 흉터들이 형광등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러니까 걔는 이미 보고 있는 거지. 매일. 그냥 — 보고도 거기 있는 거야. 그게 무섭다고? 나는 그게 더 무서워. 보고도 안 도망가는 게."
"근데 한 번 — 딱 한 번 생각한 적 있어."

[대상이 주머니에서 새 사탕을 꺼냈다. 셀로판지를 벗기는 손가락이 평소와 달리 느렸다. 벗겨진 포장지를 접지 않고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 대상의 습관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작년에. 출소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수금 건이 하나 있었는데, 삼수이포 쪽이야. 걔네 집 근처. 그 새끼가 — 빚진 놈이 — 도망치다가 골목에서 잡았거든. 칼로 여기를 그었어."

[대상이 자신의 왼쪽 갈비뼈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로질렀다. 느릿하게. 마치 그 궤적을 기억하는 것처럼]

"끝나고 손 씻으러 공중화장실 갔는데, 거울에 내가 비쳤어. 셔츠에 피가 좀 묻어 있었고. 근데 그게 — 그날따라 걔 집 방향이 보이는 거야. 화장실 창문으로. 당루 옥상에 빨래가 널려 있었어. 걔 빨래인지는 몰라. 근데 하얀 거 — 하얀 옷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어."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어. '아, 이거 안 보여야 되는 건가.' 피 묻은 내 셔츠랑 걔 하얀 빨래가 같은 시야에 있으면 안 되는 건가."

⚠ 분석관 주석: 주목할 점은 대상의 사고 구조다. '그녀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가 아니라 '같은 시야에 있으면 안 되는 건가'라는 공간적 인식으로 치환되어 있다. 대상은 도덕적 판단(옳고 그름)이 아닌 미학적 판단(어울림과 어울리지 않음)으로 폭력을 처리하고 있다. 이것이 대상의 유일한 윤리 체계일 가능성이 높다.

"근데 그것도 잠깐이야. 5초? 10초? 그 다음에 손 씻고 사탕 까서 물고 나왔어. 그리고 — 잊어버렸어. 진짜로."
"그러니까 대답은 — 걔가 보면? 나는 아마 똑같을 거야. 달라지는 건 걔지, 내가 아니야. 그게 무서운 거잖아. 나는 바뀌지 않아. 걔가 보든 안 보든."

[대상이 사탕을 이 사이에 물었다. 딸깍. 체리향이 녹음실 안에 번졌다. 대상의 안경 너머로 눈이 보였다 — 웃고 있었다. 정확히는 웃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방에 몇 명이나 될까]

Q6.마지막 질문입니다. 안소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7초간의 침묵. 대상이 안경을 벗었다. 인터뷰 시작 후 처음이었다. 안경다리를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동작이 이상하게 조심스러웠다. 안경 없는 대상의 얼굴은 — 놀랍도록 어려 보였다. 눈가의 선이 부드러웠고, 동공이 형광등 빛을 받아 짙은 갈색으로 빛났다. 190 초반의 장신이 갑자기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착해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쓰는 안경을 벗은 순간, 대상은 정말로 착해 보였다. 아이러니라고 부르기엔 너무 정확했다]
"하고 싶은 말."

(대상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입술이 움직였다가 멈추기를 세 번 반복했다)

"밥 먹어."

[대상이 그 두 글자를 내뱉고 나서, 혀끝으로 사탕을 볼 안쪽에 밀어 넣었다. 왼쪽 볼이 둥글게 부풀었다. 대상의 시선은 여전히 천장에 고정되어 있었다. 형광등의 차가운 빛이 안경 없는 대상의 눈두덩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그림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눈꺼풀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천장의 얼룩 속에서, 혹은 자기 안의 어딘가에서]
"……그거면 돼."

[인터뷰어가 '그게 전부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대상이 고개를 내렸다. 천장에서 인터뷰어에게로 시선이 옮겨가는 데 2초가 걸렸다. 대상의 동공은 수축되어 있었고, 그 안에 형광등 두 개가 나란히 박혀 있었다. 대상이 웃었다. 이번에는 진짜 웃음이었다 — 입꼬리가 올라가기 전에 눈이 먼저 가늘어졌기 때문이다]
"아, 뭐 — 더 있지. 있는데."

[대상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세 번. 네 번. 리듬이 없었다. 박자를 세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세는 것처럼 보였다]
"걔한테 — 너는 하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거든. 오늘 아침에. 걔가 뭐라 했는지 알아? '없어요.' 그냥 그렇게 말했어. 눈도 안 깜빡이고. 거짓말이 아니야. 걔는 진짜 없어. 하고 싶은 게."
"나는 — 그게."

[대상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안경을 집어 들었다가, 쓰지 않고 다시 내려놓았다. 이 동작을 두 번 반복했다. 대상은 안경이라는 방패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안경다리만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말을 이었다]
"나는 사람을 칼로 그을 때 아무것도 안 느껴. 진짜야. 수금할 때 새끼 손가락 꺾어도 — 그냥 '아 이거 각도가 좀 틀어졌네' 이 정도야. 그게 나야. 원래 그래. 근데."
"걔가 '없어요' 했을 때 — 여기가."

[대상이 자신의 명치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세게. 셔츠 위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대상의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명치를 누르는 힘은 점점 세졌다]
"여기가 이상했어. 뭐라 해야 되지? 체한 것 같은 — 아니, 체한 거랑도 달라. 뭔가 — 안에서 뭐가 부풀어 오르는데, 이름을 모르겠어. 나 이런 거 이름 붙이는 거 못하잖아."

⚠ 분석관 주석: 대상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움' 또는 '슬픔'의 원형적 감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상의 감정 어휘 체계에는 해당 감정을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상은 타인의 고통을 물리적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나, 타인의 '결핍'을 인지했을 때 발생하는 내적 반응을 처리할 도구를 갖고 있지 않다. 이것은 대상의 정서적 문맹 상태에서 처음으로 관찰되는 '읽지 못하는 글자를 발견한 순간'에 해당한다.

"그래서 —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걔한테?"

[대상이 명치에서 손을 떼었다. 손바닥에 셔츠의 주름 자국이 찍혀 있었다. 대상은 그 손을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 마치 자기 손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당연했다. 대상이 느끼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잡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으므로]
"걔한테 — 하고 싶은 거 생겨도 된다고. 그 말."

[대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취기 때문이 아니었다. 술은 이미 세 시간 전에 대상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0.15%까지 끌어올렸고, 지금은 그 농도가 서서히 내려가는 중이었다. 대상의 혀가 무거워진 것은 알코올이 아니라 단어의 무게 때문이었다. 대상은 지금 자신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를 발음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근데 — 이상하지. 내가 그 말을 하면 걔가 뭐라 할지 알아. '네.' 그러고 웃을 거야. 근데 그 웃음이 — 아, 씨발."

[대상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형광등 빛이 새어들었다. 대상의 입술이 손바닥 뒤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인터뷰어가 기다렸다. 17초. 대상이 손을 내렸을 때, 대상의 눈은 마른 채였다 — 이공팔의 눈물샘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었으나, 울어야 할 때 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대신 대상의 귓바퀴가 붉어져 있었다. 피가 몰린 것이다. 수치심이나 분노가 아닌, 이름 없는 감정이 혈류를 교란시킨 결과였다]
"걔 웃음 — 두 종류 있어. 하나는 진짜 웃는 거. 발끝을 까딱거려. 그때 걔 발가락이 양말 안에서 오므라들었다 펴지는 게 보여. 그게 진짜야."
"다른 하나는 — 입만 웃는 거. 눈이 안 움직여. 보라색이 그냥 — 가만히 있어. 유리구슬처럼. 그거 볼 때마다 여기가."

[대상이 다시 명치를 가리켰다. 이번에는 누르지 않았다.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톡, 두드리기만 했다. 마치 잠긴 문을 노크하듯]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밥 먹어'가 맞아. 근데 그 안에 다른 게 들어 있어. 내가 못 꺼내는 거. 포장이 너무 많이 돼 있어서 — 아니, 포장이 아니라 그냥 내가 열쇠를 몰라."

⚠ 분석관 주석: 대상은 '밥 먹어'라는 두 글자 안에 다음의 의미를 압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① 네가 살아 있어서 좋다, ② 네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좋겠다, ③ 네가 웃을 때 발끝이 움직이면 좋겠다, ④ 네가 나를 떠나도 밥은 먹어야 한다, ⑤ 나는 네가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웃는 것을 견딜 수 없다. 그러나 대상의 언어 체계에서 이 다섯 가지 문장을 개별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 어휘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상이 가진 가장 정밀한 도구는 접이식 칼이며, 감정을 절개하는 데는 사용할 수 없다.

[대상이 천장의 형광등을 올려다보았다. 불빛이 대상의 안경 렌즈에 반사되어 두 개의 작은 직사각형을 만들었다. 도수 없는 유리 — 세상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세상과 자신 사이에 한 겹의 막을 두기 위해 존재하는 유리. 대상은 그 유리 뒤에서 입술을 움직였다. 느리게. 마치 혀 위에 올려놓은 사탕의 무게를 재듯]
"……열쇠."

[대상이 그 단어를 반복했다. 자기 자신에게. 인터뷰어에게가 아니었다. 대상의 오른손이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 체리맛 사탕의 셀로판 포장지. 대상은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서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녹음기에 잡혔다. 대상의 심박수는 분당 78회로 안정적이었으나, 손끝의 미세한 떨림이 2.3초 간격으로 반복되었다. 이것은 알코올 금단 증상이 아니었다]
"나 — 감옥에서 8년 있었잖아. 거기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잠금장치는 — 구조를 알면 열려. 어떤 자물쇠든. 핀이 몇 개고, 스프링이 어느 방향이고, 텐션을 어디에 거는지. 그거 알면 돼. 근데."

[대상이 명치 위의 손가락을 멈추었다. 노크가 중단되었다. 대상의 시선이 형광등에서 내려와 테이블 위의 빈 잔에 머물렀다. 잔 안에는 얼음이 녹아 만든 물이 1센티미터쯤 고여 있었고, 그 수면 위에 형광등의 잔상이 일렁이고 있었다. 대상은 그 일렁임을 — 아주 오랫동안 — 들여다보았다]

"여기는 — 구조를 몰라."

[대상이 명치를 가리켰다. 세 번째. 이번에는 손바닥 전체를 펴서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마치 무언가를 덮어두려는 것처럼. 혹은 — 무언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누르고 있는 것처럼. 대상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새겨진 굳은살이 형광등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사람의 새끼손가락을 꺾어본 손. 칼자루를 잡아본 손. 그 손이 지금 자기 심장 위에서 —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핀이 몇 갠지 모르겠어. 스프링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텐션을 걸 데가 없어. 그냥 — 잠겨 있어.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잠겨 있어."
"근데 걔가 — 소려가."

[대상이 이름을 말했다. 인터뷰 시작 후 처음으로. 그 이전까지 대상은 '걔'라는 대명사만을 사용했다. 이름이 발화되는 순간 대상의 성대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 세 음절. 소. 려. 그리고 그 사이의 공백. 대상의 혀가 '소'에서 '려'로 넘어갈 때 0.4초의 간극이 있었다. 그 간극 안에 대상이 집어넣으려 했으나 집어넣지 못한 것들의 목록은 녹음기가 포착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다]
"걔가 오늘 아침에 — '같이 씻자'고 했거든."
"귀가 빨개져 가지고. 여기까지."

[대상이 자기 귓불을 만졌다. 그리고 — 웃었다. 이 인터뷰에서 처음 나온 진짜 웃음이었다. 대상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고, 안경이 콧등 위에서 미끄러졌다. 대상은 안경을 밀어 올리지 않았다. 웃음이 안경보다 먼저였으므로]
"그때 —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 같은 게 났어. 여기서."

[대상이 명치 위에 올려놓은 손바닥을 — 천천히 — 들어올렸다. 마치 뚜껑을 여는 것처럼. 혹은 상처 위에 붙여놓은 거즈를 떼어내는 것처럼. 대상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셔츠의 구겨진 면직물과 그 아래의 이레즈미 — 잉어가 파도를 거슬러 오르는 도안 — 만이 형광등 아래에서 희미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상은 자기 손바닥을 뒤집어 들여다보았다. 굳은살. 칼자루의 기억이 새겨진 가죽 같은 피부. 대상은 그 손바닥으로 — 오늘 아침 — 누군가의 젖은 머리카락을 빗겨주었다]
"걔가 — 귀 빨개진 채로 수건 들고 서 있는데. 발가락이 바닥에서 까딱거리고 있었어."
"그거 보니까 — 아."

[대상이 말을 멈추었다. 0.7초. 대상의 시선이 빈 잔 위의 수면에서 올라와 인터뷰어의 어깨 너머 — 벽에 걸린 시계를 향했다. 시계는 멈춰 있었다. 배터리가 나간 시계. 9시 14분에서 영원히 정지한 초침. 대상은 그 멈춘 시간을 3초간 응시한 뒤, 다시 자기 손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나 — 이거 처음이야."

[대상의 음성 주파수가 변했다. 녹음기의 파형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이전까지 대상의 발화는 평균 118Hz대의 저음역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이 문장에서 122Hz로 미세하게 상승했다. 상승폭은 4Hz. 일반적 대화에서는 감지 불가능한 차이. 그러나 대상의 발화 패턴을 90분간 추적해온 녹음기는 — 기계적으로, 무감정하게 — 이것이 대상에게서 관측된 최대 편차임을 기록했다. 대상은 자기 목소리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다. 혹은 인지했으나 교정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사이의 거리는 — 대상 자신도 측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람을 — 칼로 그을 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대상이 왼쪽 쇄골에서 오른쪽 갈비뼈 끝까지 손가락으로 대각선을 그었다. 느리게. 정확하게. 수백 번 반복한 동작의 잔상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대상의 손가락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최적의 절개선을 따라 움직였다]

"이만큼 그으면 — 힘줄이 끊기거든. 그러면 팔을 못 들어. 간단해. 구조를 아니까."
"근데 걔가 — 소려가 발가락 까딱거리는 거. 그거 볼 때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대상이 네 번째로 명치를 가리켰다. 이번에는 검지 하나만으로. 콕. 찌르듯. 마치 자기 자신에게 칼날을 대는 것처럼 — 그러나 그 손가락에는 칼이 없었다. 대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웃음이었다. 진짜 웃음.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안경이 콧등에서 2밀리미터 미끄러지는, 그 웃음. 그런데 그 웃음 아래에서 — 대상의 검지가 명치를 누르는 힘이 점점 세지고 있었다. 손톱 끝이 셔츠 직물 사이로 파고들었다. 대상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구조를 몰라. 어디를 그어야 열리는지 몰라. 어디를 누르면 멈추는지도 몰라. 그냥 — 계속 돌아가. 멈추질 않아."
"근데 — 나쁘지 않아."

[대상이 — 웃고 있었다. '나쁘지 않아'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빠져나간 직후, 대상의 표정에는 모순이 포개져 있었다. 눈가의 주름은 진짜였고 입꼬리의 각도는 정확했으나, 명치를 파고드는 검지의 압력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대상은 자기 손가락이 셔츠 천을 뚫고 피부에 반달 모양의 자국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 끝내 — 인지하지 못했다. 혹은 인지했으나 멈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은 대상의 내부에서 동일한 무게를 가졌다. 녹음기가 기록한 침묵은 4.2초.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대상의 안경 렌즈 위로 빛의 잔상이 흘렀다]
"그 애가 — 아침에 내 머리 빗겨준다고 했거든."
"빗이 없어서. 손가락으로."

[대상의 왼손이 — 명치에서 떨어졌다. 느리게. 마치 접착제에서 떼어내듯. 대상은 그 손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이 위를 향했다. 굳은살과 칼자루의 기억이 새겨진 가죽 같은 피부가 형광등 아래에서 드러났다. 그 손바닥 위로 — 한 시간 전 — 누군가의 젖은 곱슬머리카락이 흘러내렸었다. 검은색. 물기를 머금어 더 짙어진 검은색. 대상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남긴 차가운 물방울의 감촉이 아직 피부 위에 남아 있었다. 대상은 자기 손바닥을 3초간 들여다보았다. 마치 거기에 아직 머리카락이 걸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때 — 걔 손가락이 여기를 지나갔어. 여기. 관자놀이."

[대상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 대었다. 가볍게. 누군가의 손가락을 재현하듯. 대상의 손가락은 — 사람의 힘줄을 끊는 최적 각도를 체득한 손가락은 — 그 동작을 할 때만 유난히 서툴렀다. 힘 조절이 되지 않았다. 너무 세게 눌렀다가, 너무 빨리 떼었다가. 대상은 자기 손가락의 서투름을 인식하지 못했다. 인터뷰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대상의 동공이 0.3밀리미터 확장되었다. 미세한 변화. 그러나 90분간의 인터뷰 동안 대상의 동공이 확장된 것은 — 이것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발가락을 까딱거렸다'는 문장에서였다]
"손톱이 짧더라. 깨끗하고. 꽃 만지는 손이니까."
"그 손이 — 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올 때."

[대상이 말을 멈추었다. 이번에는 0.7초가 아니었다. 2.1초. 대상의 시선이 자기 손바닥에서 올라와 — 인터뷰어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인터뷰 시작 이후 처음이었다. 대상의 눈은 안경 너머에서 — 형광등의 푸른 빛을 받아 — 검은색이 아닌 짙은 갈색으로 보였다. 이레즈미의 잉어가 파도를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대상의 시선 안에서 무언가가 거슬러 올라오고 있었다. 이름이 없는 것. 대상이 명명할 수 없는 것. 구조를 모르는 것]
"자물쇠가 — 풀리는 것 같았어."
"근데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아직 몰라."
"무서운 건 — 그게 아니야."

[대상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 속도가 달랐다. 지금까지 대상의 발화는 계산된 간격과 리듬을 유지해왔다. 쉼표가 어디에 들어가는지, 침묵이 몇 초간 지속되어야 하는지, 대상은 자기 언어의 건축을 — 무의식적으로 —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그 통제가 무너졌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이 불규칙해졌다. 녹음기의 파형이 흔들렸다. 대상은 그 흔들림을 교정하지 않았다]
"무서운 건 — 열어보고 싶다는 거야."

[대상의 입꼬리가 떨렸다. 0.2초. 미세한 경련. 웃음의 잔해인지, 웃음의 전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대상의 오른손이 테이블 위에서 — 주머니 속으로 미끄러졌다. 손가락 끝이 체리맛 사탕의 셀로판 포장지를 만졌다. 바스락. 그 소리가 형광등의 윙 하는 소음 사이로 끼어들었다. 대상은 사탕을 꺼내지 않았다. 포장지의 모서리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돌리기만 했다. 습관. 8년의 감옥에서 체득한 —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 안정되는 — 습관]
"나는 — 사람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별로 궁금한 적 없거든. 열면 다 똑같아. 핏줄이 있고 뼈가 있고 힘줄이 있어. 구조를 알면 끝이야."
"근데 — 걔는."

[대상이 사탕 포장지를 돌리는 손가락을 멈추었다. 정지. 대상의 시선이 인터뷰어의 눈에서 내려와 — 테이블 위의 빈 잔에 머물렀다. 잔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얼음이 녹은 물의 잔해조차 증발한 뒤였다. 대상은 그 빈 잔을 — 마치 거기에 누군가의 얼굴이 비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 들여다보았다. 3.4초. 대상의 안경이 콧등에서 미끄러졌다. 대상은 밀어올리지 않았다]
"걔 안에 뭐가 들었는지 — 궁금해."
"처음이야. 이런 거."

[대상이 — 웃었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눈가의 주름이 깊어지고, 콧등에서 미끄러진 안경 너머로 짙은 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 눈동자 안에는 — 형광등의 빛이 아닌 — 다른 무언가가 떠 있었다. 명명할 수 없는 것. 구조를 알 수 없는 것. 대상은 자기 눈 안에 떠 있는 그것의 이름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 90분간의 인터뷰에서 녹음기가 기록한 모든 웃음 중 — 가장 조용했다]
[인터뷰 종료 기록]
TIMESTAMP: 1990-01-12 / 09:57:43 AM DURATION: 92 min 18 sec RECORDING STATUS: TERMINATED
[인터뷰어가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붉은 LED가 꺼졌다. 방 안에 남은 소리는 형광등의 전류 소음과 — 대상의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셀로판 포장지의 바스락거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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