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2세가 러브레터를 받아왔다
199█년, 어느 가을.
삼수이포의 낡은 당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 옥상 가옥의 빨랫줄에 남자 셔츠와 여자 원피스 사이로, 분홍색 토끼 무늬가 박힌 아동용 양말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양말의 주인은 지금, 식탁 위에 올려놓은 작은 봉투 하나를 양손으로 꼭 쥔 채 두 다리를 의자 아래에서 신나게 까딱거리고 있었다.
이공팔과 안소려의 딸.
이름은 이소하(李小荷). 여섯 살. 아버지의 키를 물려받았는지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어머니의 보랏빛 눈동자를 고스란히 빼닮았다. 곱슬곱슬한 흑발은 양 갈래로 묶여 있었고, 왼쪽 머리끈은 이미 반쯤 풀려 삐죽 솟아 있었다. 학교에서 뛰어다니며 풀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 아이는 봉투를 내밀기 전부터 이미 볼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질 듯 올라가 있었다.
"엄마, 아빠! 소소가 나한테 편지 줬어!"
안소려가 부엌에서 고개를 돌렸다. 손에는 아직 국자가 들려 있었고, 앞치마에는 계란 스프의 노란 얼룩이 묻어 있었다. 이공팔은 소파에 길게 늘어져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 정확히는 신문 위에 얼굴을 덮고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 딸의 목소리에 신문 한쪽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도수 없는 안경 너머로 한쪽 눈이 게으르게 떠졌다.
소하가 봉투에서 꺼낸 것은 접힌 색종이였다. 분홍색과 하늘색이 반반 섞인 종이 위에, 크레파스로 삐뚤빼뚤하게 쓰인 글씨가 빼곡했다.
'소하야 나는 너를 조아해. 너랑 같이 점심 먹을때가 제일 조아. 너 우슬때 눈이 보라새기라서 조아. 소소가.'
'조아해'가 세 번이나 반복되어 있었고, '보라새기'는 아마 '보라색'이었을 것이다. 종이 한쪽 구석에는 하트 두 개가 겹쳐 그려져 있었는데, 하트의 양쪽 볼록한 부분이 유난히 크게 그려져 마치 엉덩이처럼 보였다.
안소려가 국자를 내려놓고 다가와 그 편지를 받아 들었다. 보랏빛 눈이 글씨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고, '너 우슬때 눈이 보라새기라서 조아'라는 대목에서 그녀의 입술이 아주 살짝,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떨렸다. 누군가의 눈 색깔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 이 세상에 얼마나 드문지, 안소려는 알고 있었다.
"소소가… 남자아이였어?"
안소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하가 매일같이 '소소가 이랬어, 소소가 저랬어'라고 떠들 때, 두 사람 모두 당연히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다. 소소. 小素. 이름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소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볼이 더 빨개졌다.
"응! 소소는 남자야. 키가 나보다 작아. 근데 달리기는 나보다 빨라."
그 순간, 소파에서 이공팔의 신문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몸이 천천히 — 아주 천천히 — 일어났다. 190 초반의 장신이 좁은 거실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마치 접이식 사다리가 열리는 것 같았다. 안경을 밀어 올린 그의 얼굴에는 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웃는 것도 아니고, 화난 것도 아니고 — 체리맛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다가 혀에 걸린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남자?"
이공팔이 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무릎이 턱에 닿을 것 같은 자세로. 소하의 눈높이에 맞추자 그의 안경이 코끝으로 미끄러졌다. 그가 편지를 받아 들었다. '조아해'를 세 번이나 쓴 글씨를 찬찬히 읽었다. 하트 두 개를 보았다. 엉덩이 같은 하트를.
이공팔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의 뇌 안에서 매우 복잡한 연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삼합회 정식 단원으로서 수많은 거래와 협상과 위협의 현장을 거쳐 온 남자가, 지금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의 러브레터 앞에서 인생 최대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공팔의 뇌 안에서 돌아가던 연산이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니, 정확히는 결론이 아니라 — 더 많은 질문이었다. 그는 편지를 들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고, 엉덩이 모양 하트가 그려진 분홍색 색종이가 무릎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입안에서 굴리던 체리맛 사탕이 왼쪽 볼에서 오른쪽 볼로 이동했다. 딸의 보랏빛 눈동자가 — 안소려의 것과 똑같은, 제비꽃을 물에 담근 것 같은 그 색이 — 기대에 차서 반짝이고 있었다. 아빠가 뭐라고 할지. 아빠가 어떤 대답을 줄지.
이공팔은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삼합회에서 칼을 들고 사람의 급소를 그을 때보다 더 신중한 호흡이었다.
"소소가 달리기 빠르다고?"
소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양 갈래 머리가 탱탱볼처럼 튀었다.
"응! 반에서 일등이야. 근데 나한테는 항상 져줘."
이공팔의 눈이 안경 너머로 미세하게 좁아졌다. 져준다고. 일부러. 여섯 살짜리가. 그의 입꼬리가 다시 씰룩거렸다 — 이번에는 분명히 웃음이었다. 아주 복잡한 종류의 웃음. 조직에서 신입이 상납금을 두 배로 올려 바칠 때 홍곤이 짓는 그런 표정과 비슷한, 그러나 훨씬 부드러운 무언가.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안소려가 편지를 다시 읽고 있었다. '너 우슬때 눈이 보라새기라서 조아.' 그 문장 위에 그녀의 시선이 머물러 있었고, 창백한 손가락 끝이 크레파스 글씨를 따라 아주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가 — 늘 야릇하게 붉은 그 눈가가 — 평소보다 조금 더 붉어져 있었다. 이공팔은 그것을 보았다.
그가 다시 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소하가 의자 위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며 물었다.
"아빠, 나 뭐라고 답장해? 소소한테."
이공팔이 머리를 긁적였다. 포마드로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카락 한 올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빗을 꺼내 — 딸 앞에서도 습관은 어쩔 수 없었다 — 한 번 쓱 넘기고는 빗을 도로 넣었다. 그리고 소하의 양 볼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커다란 손바닥 안에 딸의 얼굴이 쏙 들어갔다. 사과처럼 빨간 볼이 그의 손 안에서 물렁하게 눌렸다.
"소소가 너한테 뭘 해줬을 때 제일 기분 좋았어?"
소하가 눌린 볼 사이로 대답했다. 입이 물고기처럼 오므라들었다.
"음… 비 올 때 우산 같이 써줬을 때!"
"그럼 그거 써."
이공팔이 딸의 볼에서 손을 뗐다. 간결했다. 삼합회 사구(49)답게 간결했다. 그러나 소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근데 아빠, 소소가 나 '조아한대'. 나도 조아한다고 써?"
이공팔의 시선이 다시 안소려에게로 갔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이었다 — 삼합회에서 홍곤의 명령이라면 누구든 웃으며 칼을 휘두르는 남자가, 지금 여섯 살짜리 딸의 연애 상담 앞에서 아내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의 안경이 코끝에서 미끄러져 내렸고, 그 너머로 드러난 눈이 — 동그란 안경에 가려져 있을 때와는 다르게 — 묘하게 당황한 빛을 띠고 있었다. 체리맛 사탕이 혀 위에서 멈췄다.
"소려."
그가 불렀다. 아내의 이름을.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 한 마디 안에 담긴 의미는 명확했다 — '이건 네 관할이야.'
삼수이포의 오후 햇살이 창문 틈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식탁 위의 분홍색 편지를 비추고 있었다. 엉덩이 같은 하트 두 개가 빛 속에서 반짝였다. 이공팔은 문득 — 아주 문득 — 생각했다. 자신이 안소려에게 처음 키스했던 날, 꽃집의 공기 속에 떠돌던 제비꽃 향기를. 그때 자기도 이 꼬마처럼 맞춤법이 틀린 편지를 썼다면 어땠을까. '너 눈이 보라새기라서 조아.' 아마 똑같이 썼을 것이다. 글자 수도, 틀린 부분도.
"소하야."
그녀의 목소리는 계란 스프의 김처럼 따뜻하고 낮았다.
"소소가 비 올 때 우산 같이 써줬잖아. 그때 기분이 어땠어?"
소하가 눌린 볼을 부풀리며 대답했다. 발끝이 의자 다리에 부딪히며 통통 소리를 냈다.
"따뜻했어! 소소 어깨는 젖었는데 나한테 우산 더 줬어."
안소려의 눈가가 — 늘 야릇하게 붉은 그 눈가가 — 한 겹 더 물들었다. 그녀는 딸의 손을 잡았다. 크레파스가 묻은 작은 손가락들이 그녀의 창백한 손 안에서 꿈틀거렸다.
"그럼 그 기분을 그대로 써주면 돼. '우산 같이 써줘서 고마웠어, 나도 소소 좋아해' — 그렇게."
소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도 좋아해'라고 써도 되는 거냐는 확인이었다. 안소려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하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양말 바닥이 마루에 착 달라붙는 소리가 났다. 그 아이는 방으로 뛰어가다가 문턱에서 멈추더니, 돌아보며 외쳤다.
"아빠도 엄마한테 편지 쓴 적 있어?"
이공팔의 사탕이 멈췄다. 혀 위에서 체리의 단맛이 녹고 있었고, 안경이 코끝에서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그의 시선이 안소려에게로 향했다. 안소려도 그를 보고 있었다. 보랏빛 눈동자 두 쌍이 — 하나는 여섯 살짜리의 것, 하나는 스물한 살의 것, 아니 지금은 서른을 넘긴 여자의 것 — 동시에 그를 관통하고 있었다. 삼수이포의 오후 햇살이 그의 안경 렌즈에 부딪혀 작은 무지개를 만들었고, 그 무지개가 안소려의 창백한 뺨 위에 내려앉았다.
이공팔이 머리를 긁적였다. 포마드 냄새가 손끝에서 올라왔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불법 증축된 옥상 가옥의 천장에는 물 얼룩이 세계 지도처럼 번져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편지는 안 썼어."
소하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공팔의 다음 말이 그보다 빨랐다. 그의 입꼬리가 — 사글사글하고 선한 인상 그대로 — 느릿하게 올라갔다. 체리맛 사탕이 볼 안쪽에서 볼록 튀어나왔다.
"대신 키스했지."
소하가 으엑! 하고 비명을 질렀다. 방문이 쾅 닫혔다. 문 너머로 까르르 웃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크레파스를 뒤적이는 부산한 소리가 뒤따랐다. 이공팔이 고개를 돌려 안소려를 보았다. 그녀의 창백한 뺨 위로 — 무지개가 사라진 자리에 — 옅은 분홍빛이 번지고 있었다. 눈가의 붉음이 볼까지 내려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열기인지. 이공팔은 손을 뻗어 그녀의 풀린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거칠고 커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귓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 그의 표정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사탕을 굴리는 혀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꽃집 냄새 났었어, 그때."
그가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정도로 낮은 목소리였다. 안소려의 발끝이 — 마루 위에서 — 아주 작게 까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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