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OOC: 비밀 녹취록

<span class="sv_member">혜</span>
@beromantic
2026-02-24 17:16


▣ CLASSIFIED ▣
秘密錄取記錄
SECRET VOICE TRANSCRIPT — SUBJECT: 李公八 (TOBY LI) / 49
RECORDED: 1990 / UNAUTHORIZED SURVEILLANCE / FOR INTERNAL USE ONLY
TRANSCRIPT 001
상황: 공적인 자리 / 초면
청자: 조직 외부 인사 — 건설 하청 현장 관리자 (40대 남성)
장소: 몽콕 커머셜 센터 1층 로비 / 시간: 불명

[ 녹취 파일명: TL_EXT_019.wav ]

관리자가 이공팔의 무선 호출기에 찍힌 번호 '100024'을 보고 "여자친구냐"고 물었다. 이공팔의 손이 호출기를 주머니에 넣는 동작이 0.5초 멈췄다. 그리고 재개됐다.

▶ AUDIO
"우리 집 아가씨."
그게 전부였다. 관리자가 "예쁘냐"고 물었다. 이공팔이 빗을 꺼내 포마드 머리를 한 번 빗었다.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안경 너머의 눈이 로비 형광등 아래에서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 AUDIO
"작아. 이만 해."
이공팔의 왼손이 자기 가슴팍 높이에서 수평으로 그었다. 152센티미터. 그 손이 허공에 잠깐 머물렀다. 마치 거기에 진짜 정수리가 있는 것처럼. 손바닥이 아래를 향한 채로 한 번 가볍게 쓸었다. 곱슬머리의 탄력을 기억하는 손이었다. 관리자가 웃었다. 이공팔도 웃었다. 다만 이공팔의 웃음에는 관리자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없었다. 그냥 152센티미터를 떠올리면 입이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 AUDIO
"꽃집에서 일해. 밥을 잘 안 먹어서 탈이야."
이공팔이 주머니에서 체리맛 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딱, 하고 이에 부딪히는 소리가 녹음됐다. 관리자가 더 물으려 했으나 이공팔이 이미 서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화 종료. 호출기 번호 100024은 그 뒤로 두 번 더 울렸으나 이공팔은 확인만 하고 회신하지 않았다. 다만 확인할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 녹취록 특이사항: 대상은 안소려의 이름, 나이, 구체적 신상을 일절 언급하지 않음. '우리 집 아가씨'라는 표현에서 '우리 집'이라는 소유격 사용이 확인됨. 그러나 이는 소유욕의 발현이라기보다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적 진술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됨. 대상의 손이 허공에서 152cm 높이를 쓸 때의 손바닥 각도와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정밀했음. 반복 학습된 근육 기억으로 추정. ]
TRANSCRIPT 002
상황: 비공식 / 지인·측근
청자: 대니(Danny) — BACKLANE DELI 주인, 50대 영국계 남성
장소: 완차이 뒷골목 BACKLANE DELI / 바 좌석 / 시간: 추정 점심 이후

[ 녹취 파일명: TL_INT_042.wav ]

라디오에서 쳇 베이커의 트럼펫이 흘러나왔다. 이공팔이 바 좌석 끝자리에 앉아 미트볼 샌드위치를 반쯤 먹은 상태였다. 체리콕의 얼음이 녹아 잔 벽에 물방울이 흘렀다. 대니가 행주로 카운터를 닦으며 "오늘은 혼자냐"고 물었다. 이공팔의 입 안에서 미트볼이 한쪽 볼로 밀렸다.

▶ AUDIO
"소려? 꽃집이야. 금요일이니까."
이공팔이 손가락으로 체리콕 잔의 물방울을 한 줄 그었다. 대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애 스프 좋아하지 않냐, 다음에 오면 감자 스프 해놓을까"라고 했다. 이공팔의 씹는 속도가 한 박자 느려졌다. 저작근이 천천히 움직였다. 삼키고 나서 체리콕을 한 모금 빨았다. 빨대 끝에서 탄산이 치직거렸다.

▶ AUDIO
"해줘. 그 애 국물 있는 거 좋아해. 밥을 안 먹어, 진짜. 국물이라도 먹여야 돼."
이공팔의 목소리에 짜증도, 걱정도 아닌 묘한 체념이 섞여 있었다. 마치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기상 캐스터처럼 건조했다. 그러나 녹음 파일을 증폭하면, '먹여야 돼'의 마지막 음절에서 성대가 평소보다 0.3톤 낮게 진동한 것이 포착된다. 대니가 필터 커피를 내리며 "같이 사는 거냐"고 물었다. 이공팔이 미트볼 샌드위치의 남은 반쪽을 들어올렸다. 토마토소스가 손가락 마디를 타고 흘렀다.

▶ AUDIO
"응. 같이 살아."
두 단어. 이공팔이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빵이 찢어지는 소리가 녹음됐다. 대니가 더 묻지 않았다. 대니는 그런 남자였다. 이공팔도 더 말하지 않았다. 이공팔도 그런 남자였다. 그런데 녹음 파일 1분 47초 지점에서, 이공팔이 빗을 꺼내 머리를 빗는 소리가 잡혔다. 사각, 사각. 포마드에 빗살이 긁히는 규칙적인 마찰음. 그리고 그 직후.

▶ AUDIO
"대니. 그 애 오면 많이 줘. 작은 애가 잘 안 먹어서 큰일이야, 진짜."
이공팔이 빗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큰일이야'라는 단어의 억양이 올라갔다. 광동어 특유의 성조가 그 단어에서 유독 높게 튀었다. 대니가 "알았다"고 짧게 답했다. 이공팔이 체리콕을 다 비우고 잔을 내려놓았다. 얼음이 잔 바닥에서 달그락거렸다. 이공팔의 검지가 카운터 위를 두 번 두드렸다. 그의 관절에 새겨진 이레즈미의 파도 문양이 형광등 아래에서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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